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중에서 주인공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소설가 '데릭 하트필드'는 기자와의 인터뷰 중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걸 소설로 써서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라는 말을 한다. 실제 이 소설가는 완벽한 가공의 인물이긴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에 가치가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던 기억이 난다. 

 미술계에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이들이 존재했었다... 솔직히 둘사이에 실제 얼마나 큰 연관관계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확신이 크게 서는 건 아니지만...모두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술운동중 하나인 쉬르레알리즘 미술이 그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지점에 서서 세상을 작가자신이 느끼는 대로 그렸던 그들의 작품들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직접 봐도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 현대미술은 골치가 아프다.

 친구에게 쉬르레알리즘 미술을 보러간다고 하니, 그는 친절히도 "다다이즘은 미술사 내부에서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미술관에 가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 너 미술사를 좀 알아? 뭐? 모른다고? 그런데 뭐하러 가!! 뭐하러 가!!ㅋㅋㅋ" 라고 말해줬다.

  다 알고 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데? 앙? 가공의 인물이 한 말을 마치 내것이라도 되는 양 써본다. 그런데 작가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그린 그림을 미술사 내부에서 이해해야 된다는게 말이 되는 건가? 복잡해지는 머리속. 미술과 무의식의 중간은 마약이라도 한 듯한 기분일까. 그걸 이해한다고? 앙?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집을 나갔다. 오오에도선 롯뽄기역에서 7번출구로 나와 표지판을 따라 7-8분정도 걸어가니 국립신미술관이 나왔다. 건축미가 우왕. 롯뽄기는 동네가 멋지다. 그에 비하면 내가 사는 동네는...

 200엔 할인된 1000엔짜리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나처럼 구경온 사람들로 북적북적댔다. 이게 미술관이야? 영화관이야? 연휴를 맞아 중고생들이 단체관람을 온 모양이다. 오늘 관람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감한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던 한산하고 무거운 침묵으로 휩싸인 미술관과는 다른 공기가 주위를 뛰어다닌다.

 예상대로 행렬이 길어 관람이 어렵다. 연휴끝의 교통체증처럼 앞뒤로 한가득이다. 기다려 작품앞에 서서 시선을 캔버스에 집중할라치면 옆에서 검은 머리가 쑤욱 하고 들어온다. 어익후ㅋㅋ. 부피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질것 같은 미술관의 분위기가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이다. 이것 역시 쉬를레알리즘적인 분위기...일리는 없겠지.

 이전부터 알고 있던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역시 인상적이다.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너무 많아서 되려 집중이 잘 안되는 쉬를레알리즘적인 분위기 속에 소수정예 아래 두 작품만 머리에 세겨왔다.  


 첫번째 작품은 르네 마그리트의 <붉은 모델>, 한켤레 구두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사람의 발로 바뀌는 그림이다. 뒷배경에선 나무질감이 느껴진다. 이것을 본 것이 오늘의 작은 수확이다. 화집과 컴퓨터화면으로는 느낄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나무가 캔버스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들이 걸린 방안에서 본 커다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파란 숲. 막스 에른스트의 <마지막 숲>이란 작품이다. 어린아이가 초록색 파란색 물감을 막 칠한 느낌도 드는데 색의 도움대문인가 혼란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마지막 방의 마지막 숲을 본 후 터질듯한 관람실을 나와 상쾌한 공기를 쐬였다. 그건 그렇고 역시나 친구의 말처럼 아무것도 이해할수가 없구나. 그냥 조금 느낌이 올 뿐. 이건 다행일까 안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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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BlogIcon 무량수won 2011.05.09 1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차라리 모르고 가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이것 저것 다 알고 가면, 작가의 이름이나 생애 때문에 그림 조차도 그 처럼 생각하기 마련이거든요.

    물론 그림외에 쌓여있는 이야기를 알면 더 재미는 있겠지만 그 이야기가 그림을 그림으로 보게 하지 않고 이야기 속의 하나가 되어버리 잖아요.

    그런 배경지식 없이 고른 그림이라면, 그림에 어떤 힘이 담겨져 있다는 뜻고 되구요. 그만큼 나에게 맞는 그림이 되겠지요? 그러니 제 결론은 다행이라는 것입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nlbr.tistory.com BlogIcon qewqew 2011.05.11 0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힘이 있는 작품이라..맞아요. 몇개 있는거 같아요.
      회화는 특별히 없구 전 조각 보면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거 같네요ㅎㅎ

      네임벨류때문에 억지로 감동할려는 부분도 확실히 있는거 같네요.
      미술작품도 그렇고...
      갑자기 나가수가 생각나네요

  2. forgettalble 2013.01.20 0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 요즘 뭐하세요. 블로그 옮기셨어요?

  3. 2013.09.29 2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2013.10.16 0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www.pfdcs.org/link.php?url=http://jingyan.hxsd.com/link.php?url=http://.. BlogIcon Evangelingce 2014.09.10 1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용약관위배로 관리자 삭제된 댓글입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서로 모순되는 두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타인의 불행을 동정하지 않는 자는 그 누구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불행을 어떻게든 해 극복하게 되면
이번엔 이쪽에서 어쩐지 섭섭한 기분이 들게된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또 한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 빠트려보고 싶은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사이엔가 그 사람에 대해 소극적이지만 어떤 적의를 품게 된다.

- <코>中 




아쿠타가와 소설을 읽으면 난장이스런 느낌을 받는다. 단편작가라는 이유도 있지만...
어쨋든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작가이다.
자기만의 성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재밌게 놀다가 
변화된 시대의 요구로 밖으로 나가야 할 때에
그것이 두려워 죽은거 같은 느낌이랄까. 한계랄까...


미시마유키오도 아쿠타가와와 조금 닮은 면이 있는데
미시마의 경우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소설의 질이 급격히 추락했다.
데뷔작 <가면의고백>과 대표작 <금각사>는
전후 일본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도 불려지지만,
그의 마지막소설인 <풍요의 바다> 4부작은 맛이 간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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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BlogIcon 무량수won 2011.05.05 1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작가들이 그런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환호를 받지만 그 때문에 좀 처럼 벗어나지 못하지요.

    작가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으면, 독자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고 강력한 안티로 돌아서고... 뭐 그런.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김진명이 오늘 부터 생각을 바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행동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가 애국에 호소하지 않는 글을 썼을 때 그글을 읽는 사람들의 배신감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요.

    반면에 영웅문을 쓴 김용은 소설속 세계관이라던지 생각의 변화가 소설속에서 잘 나타나는데요. 초창기 김용의 작품은 중화주의적 생각이 매우 강했다면, 작품을 하면 할 수록 중화주의의 색이 매우 옅어지지요.

    그 색을 제대로 지운 작품이 천룡팔부라는 작품이고 완성본이 녹정기라는 작품이구요. 대신 무협이 아닌 다른 장르에는 도전하지는 않았지만요.

    얼마 전에 지인을 통해 들은 말에 의하면, 일본 만화가 중에 아오이류를 그리던 사람이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뒤바뀐 만화를 그렸는데, 결국은 아오이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줘서 아쉽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것이 팬들을 위한 것이고 작가도 그쪽이 더 안정적(?)이라서 굳이 벗어날 생각을 안하는 것이라 그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하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소설의 질이 추락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옹고집이 그대로 소설에서 나타났다는 뜻인가요??

    • Favicon of http://nlbr.tistory.com BlogIcon qewqew 2011.05.06 2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에서 긴장감이 안느껴지고,이전주제의 반복, 매력적인 캐릭터가 안나오고,독자의 공감도 사지 못하면 보통 질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나요. 사회성도 없고 철학도 빈곤하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것 같은데 제일 큰건 재미겠죠. 작품에 공을 덜들인 티가 나기도 하겠죠.미시마유키오는 그랬을꺼 같은데...저도 아직 안읽어봐서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작가들이 자기만의 세계를 갖는건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수 없는 작가들도 있죠. 울나라로 치면 황석영이나 이문열이나 김훈같은....아쿠타가와나 미시마도 그렇구요.

      시대를 대표하는 대작가들은 판매량 말고도 작품의 메세지로서 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칠 필요가 있는데 그런 힘이 부족해지면 작가로서는 살아있지만 대작가소리는 못듣죠.

      김진명이나 김용이나 아오이만화와는 그 분야에서 한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정도니까 경우가 좀 다른거 같네요

  2. Favicon of http://jydaddy.tistory.com BlogIcon 주영이아빠 2011.05.06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스로는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외부에서 보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색깔일 수도 있겠네요.
    예술이나 창작도 시대상에 따라서 바뀌는게 맞는거 같아요.
    잘 봤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Favicon of http://nlbr.tistory.com BlogIcon qewqew 2011.05.06 2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짜 자기만의 색이 뚜렷한 사람은 그런 인식조차 안하진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ㅎㅎ
      바껴서 새롭지 않으면 예술이라 말할수도 힘들겠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

  3.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BlogIcon 무량수won 2011.05.09 1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그렇군요. 하긴 소설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줘야 하는 것이 첫째 목표이니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 소설이라면 추락한다고 평을 할만 하네요.



 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하지만 사치하지 않으며, 지혜를 사랑하지만 나약한 의지에는 빠지지 않는다. 우리는 부를 개인적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공공의 봉사를 위한 도구로 간주한다. 우리는 가난을 수치로 여기지 않으며, 단지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음을 수치로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이 개인적인 일뿐만 아니라 공적인 일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믿거니와, 이는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무관심한 자로서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 페리클레스, [추도 연설] 중 "아테네인의 이상" 




 블로그의 재개를 위해 사소한 글이라도 끄적여본다. 아주 천천히 꽤 오랜시간 읽게 될 E.M.번즈 <<서양문명의 역사>>의 6장 그리스 문명의 서두에 인용된 글귀이다.

 우리는 가난을 수치로 여기지 않으며, 단지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음을 수치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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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arunatal.tistory.com BlogIcon 하르Ð 2011.04.10 0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닿는글귀네요

  2.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BlogIcon 무량수won 2011.04.10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이야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노력함에도 밟아 누르는 이들에게 저항을 못하는 세상 이기에 노력도 포기하게 된 이들도 있음을 생각해봐야 할 듯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지레겁먹은 이들이 상당 수 있지만요.

    사회적인 약자에 대해서 말을 할때 항상 강한자가 약자에게 니들이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것을 왜 사회탓을 하느냐 라고 말하지요. 약자와 같이 가려하기 보다 약자는 버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쉽게 흐르더라구요.

    분명 기회를 줬음에도 노력하지 않는 이에게는 응분의 댓가로 동정할 필요가 없기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뒤쳐지는 사람들을 뒤쳐진다고 버리고 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

    인터넷을 돌아 다니다가 보게 되는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서 이런식의 논리로 빠지는 글들이 많더라구요.

    정리해서 말하면, 노력하지 않는 자는 도와줄 필요없다. - 약자는 노력하지 않는 자다. - 약자는 지들이 자초했으니 그대로 쭈그러져 있어라.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흐르는 것이지요. ㅡㅡ;;

    특히 이런 생각은 잘 배웠다 하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생각이 팽배해 있더라구요.

    • Favicon of http://nlbr.tistory.com BlogIcon qewqew 2011.04.14 2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보는게 좋겠네요ㅎㅎ
      타인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함부로 판가름 해서는 안되겠죠.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냥 개인적인 의미에서 와 닿는 글귀였어요
      요즘에 워낙 귀차니즘이라ㅎㅎ
      게다가 특별히 쓸 꺼리도 없었기에ㅎㅎ

  3. Favicon of http://jydaddy.tistory.com BlogIcon 주영이아빠 2011.04.14 1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큰 이상을 위해서 노력하라 이런 말인가요?
    참 좋은 글귑니다.
    블로그를 다시시작하시나 봐요.
    힘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

    • Favicon of http://nlbr.tistory.com BlogIcon qewqew 2011.04.14 2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시 시작하려구 생각하고 있어요
      매일 하던건데 오랫동안 잠수타고 있다가 다시 할려고 하니까 꽤 힘드네요ㅎㅎㅎ
      네포무크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4.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BlogIcon 무량수won 2011.04.14 2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말 자체는 다 옳은 말이에요. ^^;;; 저는 그 이면의 이야기도 살펴보자는 말이었구요. 왠지 제가 세린져님을 당황시킨듯한. ㅋㅋ

    그나저나 다시 일본으로 건너 가신건가요?? 뭔가 할게 없을땐 간단한 사진과 왠지 우울한 느낌을 담은 글을 하나씩 발행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듯 ^^;;;

    • Favicon of http://nlbr.tistory.com BlogIcon qewqew 2011.04.16 2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예 지금 일본이예요. 학교도 있고해서
      뻘글이라도 발행해야 될거 같아요. 좀만 더 있으면 귀신나올거 같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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